내가 조리원에 가지 않은 이유
아기를 출산한 병원에서 간호사 분이 어느 조리원에 가냐고 물어봤습니다.
그 분의 질문에 조리원을 가지 않는 옵션은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그 분이 들고 있던 조리원 이름이 적혀 있는 산모 목록에는 비어있는 칸이 없었습니다.
제가 조리원에 가지 않은 이유는
첫째. 가성비가 안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시설 + 산모 케어 + 24시간 아기 케어 + 소아과 의사 회진 + 마사지 + 산모 교육 등등 조리원의 장점은 엄청 많다고 생각하고, 이 모든 것에 대한 비용으로 조리원 비용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가성비가 나쁘다고 생각한 이유가 절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 좋은 시설
저는 신혼집을 힘주어 꾸민지 얼마 안되어 우리집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 산모 케어
첫 3주는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었고 남편의 출산휴가, 베이비시터 등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친정엄마도 도와준다고 하셨으나 산모는 하루에 5끼는 먹어야 된다고 하셔서 돼지처럼 사육당할 것 같아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언니가 아기를 낳았을 때 온갖 몸에 좋다는 맛없는 음식을 많이 주는걸 이미 봤기에..>_<
- 소아과 의사 회진
저는 임신 내내 아무런 이슈가 없었고 아기도 건강했습니다. 그리고 소아과가 집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어서 부담이 없었습니다.
- 24시간 아기 케어
아기는 태어나고 첫 2주간 가장 돌보기 편하다는걸 조리원을 가지 않은 지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이 때는 등센서도 없고 그냥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무한 반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메리트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마사지
저는 누가 내 몸 만지는걸 싫어해서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공짜 마사지도 안받고 동남아 여행을 가서도 마사지를 받지 않습니다. 마사지를 받으면 몸의 붓기가 좀 더 빨리 빠진다고 하는데, 어차피 빠질거라 생각해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친언니가 출장마사지라도 받으라고 선물을 줬으나 거절했습니다.
- 산모 교육
산후도우미님도 잘 해주십니다. 불안한 경우 산후도우미를 구할 때 업체에 신생아 케어 경험이 많으신 분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그리고 유투브에 정보가 정말 많습니다.
둘째. 아기랑 같이 있고 싶었습니다.
병원에서도 모자동실이 1회만 가능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아기 분유 주는 것도 무서워서 남편을 시킨 초보 엄마였지만 태어나고 2-3주동안 아기는 훅 자라는데 따로 있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기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아기를 같은 방에 두고 자고 있는데 아기의 밤낮 구별이 바뀐적이 없어서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신생아 때도 밤수유텀이 낮보다 길고 밤에는 먹으면 바로 잤기 때문에 밤 케어로 인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었고 낮에 잠을 보충해서 잠이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간혹 조리원이 마지막으로 즐길 수 있는 휴가다 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온전히 나를 위한 휴가를 이제 언제 쯤 가질 수 있을까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마지막 휴가 그냥 임신중일 때 즐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
셋째.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생각이었습니다.
아기 태어나고 5일: 병원
6~26일: 산후도우미
27~40일: 남편 출산휴가
이후 약 40일경부터 베이비시터를 고용했습니다. (10개월인 지금까지도요.) 이른 복직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기 6개월 쯤) 그 전부터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서 아기가 자연스럽게 베이비시터를 받아들이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가느라 자리를 비웠을 때 믿고 맡기려면 미리미리 베이비시터님과도 합을 맞춰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리원 2주 비용이면 대략 4주간의 베이비 시터 비용이기 때문에 이쪽이 좀 더 가성비가 좋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걸 진짜 강추하는데... 아기를 하루종일 돌보는 날은 별로 없다보니 컨디션 관리가 정말 잘되었고 간혹 낮에 지인을 만나면 지인들이 산모 맞냐고 아기 낳기 전보다 더 좋아보인다고 할 정도로 힘듦이 없었습니다. 아기는 60~80일경까지 낮잠을 누워서 자기를 거부했는데 이 시기를 혼자 보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복직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조리원 대신에 같은 비용으로 최소 50일~80일까지는 산후도우미를 연장하거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럼 2주간의 휴가는 없을지언정 가장 힘든 시기에 정말 사람답게 아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아기 출산 후에 몸도 많이 약해지고 뼈도 약해지기 때문에 회복이 필요한 시기는 처음 2주만이 아닙니다. 산모는 최소 3개월은 회복이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아기는 그때가 제일 힘들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선택이 무난한 것은 맞지만 제가 출산 전에 많은 고민을 해서 결정했듯이 조리원에 대한 의문을 품고 고민을 하고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분들을 위해 조리원을 가지 않은 선택에 대한 이야기도 써보고자 했습니다.
다만, 아얘 그냥 조리원을 안간 이야기가 아니라 대신 베이비시터를 선택한 꼴이어서 약간은 짜치는 내용일 수도 있는.. 결국 같은돈이면 이렇게 쓰자는 제안일 수도 있겠습니다.
긴 글을 정리하면,
1. 아기는 첫 2주에 가장 가볍고 얌전하고 누워서 잘잔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와 산모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고 소아과가 집 근처에 있으면 조리원을 안가는 것도 추천한다.
2. 다만 조리원 + 산후도우미를 거치면 2 or 5 + 14 + 21 해서 40일경부터 혼자 아기를 돌보게 되는데 바로 산후도우미를 가면 25일경부터 아기를 돌보게 돼서 제일 힘들 시기에 아기를 혼자 돌보는 시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3. 50일 이전 아기를 혼자 돌보는건 정말 힘들다. 위의 2번의 이유로 조리원을 가는 것도 좋지만 그보단 같은 비용으로 차라리 장기간동안 낮 시간 (4시간(파트타임)이라도) 도움을 받는것을 추천한다.
이 정도 인 것 같습니다.